치솟는 연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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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솟는 연봉


선수의 가치는 연봉으로 표현된다. 2003년 한국의 프로스포츠에서 최고의 연봉을 받은 선수는 프로농구의 서장훈(4억 3,100만 원), 프로야구의 이승엽(6억 3,000만 원), 프로축구의 신태용(4억 1,000만원) 등이다. 그렇다면 이들을 소유하고 있는 구단은 재정적으로 얼마나 튼튼한지, 종목별 · 나라별로 2003년도에 최고의 몸값을 받고 있는 선수들은 누구인지, 그리고 최고의 연봉을 주는 이유는 무엇인지 등에 대해서 알아보자.

한국의 거의 모든 프로구단은 모(母) 기업의 후원을 통해 매년 일정액의 적자를 보전하고 있다. 근래 들어 주식의 발행과 지역 중소기업들의 후원으로 구단을 만들기도 하지만 프로농구 여수 코리아텐더의 경우 자금 압박에 못이겨 팀 소유주가 바뀐 것을 생각하면 자금 압박을 당장 이길 수 있는 길은 현재로선 기업의 후원을 받는 것이다. 반면 및 미국의 경우에는 많은 관중과 TV 중계를 통해 얻는 입장료 수입 및 중계권료 수입으로 독자 경영을 이루고 있다.

한국의 프로스포츠는 입장 수입이 구단 수입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월드컵이나 축구 한·일전과 같은 단기간의 빅 스포츠이벤트의 평균 시청률은 20% 이상으로 이 경우 중계권료를 통한 수입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지만, 장기 레이스를 펼치는 프로스포츠는 시청률이 매우 낮아 중계권료도 미미한 액수를 차지한다. 또한 연맹의 보조금이나 자체적인 용품 판매 등의 수익도 올리고 있지만 그 또한 얼마 되지 않는다.

선수의 연봉에 대해 입장 수입이 어느 정도의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지 알아보자. 2001년도 프로야구 입장수입이 가장 많았던 구단은 LG 트윈스로 약 25억 원이었으며, 그 다음으로는 두산 베어스로 약 22억 원 정도였다. 두 구단 모두 서울을 연고지로 하고 있으며 잠실야구장이라는 제일 큰 경기장을 사용함으로써 나타난 결과였다. 그 당시 LG 트윈스의 개막 시점 연봉은 약 37억 원 정도였으며, 두산 베어스는 약 31억 원 정도였으니 선수 연봉 대비 입장 수입의 비율이 약 70% 정도를 차지한다.

반면, SK와 현대의 경우에는 약 30% 대로 이 두 구단은 LG와 두산에 비해 입장수입에 있어서 훨씬 많은 적자를 보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즉 그만큼의 부족한 자금을 모기업으로부터 지원을 받았다고 볼 수 있다. 물론 기업으로서는 일정한 홍보 효과를 누렸겠지만 LG와 두산에 비교한다면 비효율적인 경영을 한 것이다. 결국 구단 자체의 재정적인 부분을 평균 절반 이상 기업의 후원으로 충당하고 있는 것이 한국 프로구단의 현실인 것이다.

2003년도에 외국의 프로리그에서 최고의 연봉을 받은 선수를 살펴보자. 미국 프로야구에서는 선발투수 마이크 햄턴(애틀란타 브레이브스)이 1,512만 달러(약 181억 원), 마무리투수 마리아노 리베라(뉴욕 양키즈)가 1,050만 달러(약 126억 원), 타자로는 알렉스 로드리게스(텍사스 레인저스)가 2,520만 달러(약 300억 원) 등으로 로드리게스가 받은 연봉은 전 세계 프로 선수 가운데 가장 높은 연봉이다.

그렇다면 최고 연봉이 매년 갱신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에서는 모기업끼리의 경쟁심이 가장 크다고 할 수 있겠지만, 미국의 프로구단은 다음과 같은 논리를 편다.

첫째는 구단의 자산가치의 상승이다. 미국의 경제전문지인 「포브스는 레인저스 구단의 자산 가치를 2억 9,400만 달러(약 3,528억 원)로 추정하는데, 집을 팔 때도 내부 장식을 새롭게 꾸며놓거나 베란다를 마루와 함께 사용할 수 있도록 터 놓는다든지 하면 같은 평형의 다른 집보다 더 많은 값을 부를 수 있듯이 유명 선수의 영입은 훗날 구단을 시장에 내놓았을 때 보다 높은 가격으로 처분할 수 있도록 해준다는 것이다.

둘째는 관중의 증대이다. 2002년도 텍사스 레인저스의 전체 입장 관중은 약 280만 명으로 한국 프로야구 전체 입장객 수와 비슷하다. 여기에 로드리게스를 영입하면 최소한 50만 명 이상의 관중 증대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50만 명이 더 들어올 경우 평균 20달러의 입장권 가격으로 산정해보면 약 1,000만 달러(약 120억원)의 추가적인 입장료 수입을 얻게 되는 것이다. 결국 관중의 증대뿐만 아니라 입장료도 상향 조정할 수 있게 됨으로써 보다 많은 입장료 수입을 챙기게 되는 것이다.

셋째는 입장료 수입을 능가하는 중계권료의 인상에 도움을 준다. 현재 텍사스는 폭스 TV사와 2,500만 달러(약 300억 원)의 독점 중계계약을 맺고 있다. 뉴욕 양키즈나 시카고 커브스 같은 구단이 약 5,000만 달러(약 600억 원)의 중계권료를 받고 있는 현실을 고려할 때, 우수 선수 영입은 결국 현재보다 훨씬 높은 가격으로 중계계약을 맺을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주는 것이다.

한편 축구스타 베컴의 경우도 유명 선수 영입이 어떠한 이익을 가져다주는지 살펴보는 데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2003년 8월 현재 명문구단 레알 마드리드는 베컴의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프랑스의 지단(6,620만 달러)과 포르투갈의 피구 (5,610만 달러)보다 낮은 이적료(4,130만 달러, 약 496억 원)를 지불하고 베컴을 영입한 레알 마드리드는 베컴의 연습 장면을 보여주면서 약 13억 원의 입장료 수입을 올리고, 그의 이름과 등번호(23번)가 새겨진 셔츠를 하루에 8,000장(약 8억 7,360만 원)씩 팔고 있다. 레알 마드리드는 매년 피구, 지단, 호나우두, 베컴 등 빅 스타를 한 명씩 영입하여 관객을 즐겁게 해주는 구단 운영을 통해 2002년 3,600억 원의 매출은 올림으로써 맨체스터를 제치고 세계 최대의 축구클럽으로 자리잡았다.

선수에 대한 연봉이 적절하였는지는 다음과 같은 예를 통해 알 수 있다. 2003년 시즌 뉴욕 메츠 구단이 서재응 선수에게 지불한 연봉은 30만 달러(약 3억 6천만 원)이다. 현재 서재응이 등판할 때마다 2,000여석 규모인 '서재응 응원석'을 마련해 놓고 27달러(약 32,400원)짜리 입장권을 판매하고 있으며, 만약 그 관람석이 꽉 차게되면 하루 수입이 5만 4,000달러라는 계산이 나온다. 따라서 6번만 매진이 되면 결국 본전을 뽑는다는 것인데, 현재 8승을 거두고 있는 서재응이 시즌 10승 정도를 달성하게 된다면 응원석 하나만 가지고도 서재응은 내년에 연봉 60만 달러를 주어도 아깝지 않은 선수가 되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외국의 명문 프로구단은 많은 연봉을 주면서 선수들을 영입하고 있다. 유명 선수의 영입은 결국 구단의 이익으로 돌아오고 이로써 구단의 수입이 점점 늘어나기 때문이다. 2001~2002 시즌의 유럽 프로축구 구단 수입 순위를 살펴보면 레알 마드리드가 약 3,524억 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약 2,962억 원, 유벤투스가 약 2,786억 원, 바이에른 뮌헨이 약 2,514억 원, AC 밀란이 약 2,310억원 등으로 가히 천문학적인 수입을 올리고 있다.

자생력을 갖춘 진정한 스포츠비즈니스를 통해 수익을 내는 외국의 프로구단과 적자를 채우기 위해 모기업에 의존하는 한국프로구단의 선수연봉에 대한 시각과 자세는 다를 수 밖에 없다. 알렉스 로드리게스의 300억 원 vs. 이승엽의 6억 3,000만 원!  이는 미국 프로야구의 최고 연봉과 한국의 최고 연봉으로 50:1의 차이를 보인다. 선수를 평가함에 있어 구단의 수입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면 결국 구단 수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방송중계권료와 입장권 수입이 그 가장 중요한 요인이 된다. 2002년도 미국 메이저리그의 방송중계권료는 지역방송중계권을 제외하고 약 6,876억 원 정도로 추산되며, 한국의 프로야구는 약 7억 정도로 89:1 의 차이를 보여준다. 또한 입장 수입의 원천인 총 관중 수는 미국 7,200만 명과 한국 239만명으로 약 30:1의 격차를 보이지만 평균 입장료로 환산해보면 약 140:1의 차이를 나타낸다.

한편 한국의 프로스포츠를 상징하는 스포츠 스타의 경우는 그나마 연봉이 매년 올라가고 종목별로 누가 얼마나 더 많은 액수로 계약을 하고 있는지 연일 기사화되고 있지만, 묵묵히 열심히 노력하는 대다수 프로 선수들의 연봉은 은퇴 후 자신의 꿈을 펼치기에도 모자라는 미미한 액수인 실정이다.

현재 한국의 프로스포츠 구단은 구단대로, 선수는 선수대로 모두 힘들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선수 연봉구조가 선수와 구단 모두에게 득이 되게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자생력을 갖춘 진정한 스포츠비즈니스를 하겠다는 프로구단들의 의식과 의지의 일대 전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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